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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르네상스 경영학

짐 굿나잇: 행복한 직원이 기업을 먹여 살린다

by 전경일 2025. 3. 31.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 SAS(SAS Institute)의 리더, 짐 굿나잇(Jim Goodnight) 회장의 경영 철학은 매일 저녁 퇴근하는 직원들이 다음날 다시 출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가 어떤 철학을 갖고 집단을 이끄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가는지에 따라 집단의 성격과 방향성이 결정되고 그 안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의 삶도 달라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복지

SAS는 캠퍼스로 불릴 정도로 회사 전체가 푸른 녹음으로 가득한 숲에 위치하고 있다. 110만 평에 달하는 넓은 숲속에 25개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SAS 본사.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와 정원. 곳곳에 세워진 다양한 미술작품과 조각품들. 회사를 걷는 것 자체가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SAS는 회사 규모만큼이나 직원 수도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직원 수는 13천여 명, 본사의 직원 수만 해도 5천 명이 넘는다.

 

SAS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출근해서 사내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사내 보육시설은 SAS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내 보육시설에는 교사들을 포함하여 시설 및 운영에 필요한 인력 등 모두 120여 명의 스태프들이 33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면 직원들은 근무시간이라도 자녀를 보러 갈 수 있다. 아이들 역시 외부행사의 하나로 부모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를 돌아보는 경험을 한다. SAS의 보육시설 이용료는 월 410달러로, 외부의 보육시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모들은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으며 삶의 만족도 또한 높다.

 

또한 SAS의 직원들에게는 모두 개인 사무실이 주어진다. 사무실은 신입사원이든 임원이든 모두 같은 크기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똑같은 크기의 개인 사무실을 가지는 것이다. SAS에서는 어느 직원이 몇 시에 출근하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근무시간은 주당 35시간이며, 직원 스스로 그 시간 안에서 원하는 때를 정해서 일을 하면 된다.

 

SAS 본사 안에는 최첨단 헬스장뿐 아니라 수영장, 테니스장, 축구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직원이라면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다. 퇴근시간인 오후 5시에는 직원들의 칼퇴근을 보장하기 위해 전화를 자동응답기로 바꾼다. 또 부득이하게 퇴근이 늦어 저녁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식사 가져가기(meals to go)’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사 재료를 챙겨주는 것이다.

 

SAS는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란 전 세계의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각종 형태의 정보를 분석해서 사실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돕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이는 세금 누수의 방지나 회사 매출 관리, 고객 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정보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2SAS의 미국 내 고급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35.2퍼센트로, 전년 대비 13.3퍼센트 상승하였다.

 

꿈의 복지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당연히 어마어마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복지에 이렇게나 투자하면서도 이런 놀라운 성장을 이룬 방법은 무엇일까?

 

창의력은 공짜로 얻을 수 없다

짐 굿나잇 회장은 SAS의 복지 혜택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SAS 건물에는 각 층마다 간식이 무한 제공되는 휴게실이 있다. “만약 이런 휴게실이 없다면 음료수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일로 돌아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낭비될 것이다. 공짜로 간식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 사업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다.”

휴게실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세탁, 미용, 자동차 수리 등 많은 일을 회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4명의 의사와 40여 명의 간호사가 있는 병원과 약국까지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개인 용무의 대부분을 회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직원들은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SAS 복지시설의 또 다른 장점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들 수 있다. 직장인들은 세탁물을 찾아야 하는데 세탁소가 닫기 전에 갈 수 있을까?’, ‘퇴근 후에 여기저기 들를 곳이 많네.’ 등등 일상적인 잡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리고 이런 것에 신경을 쓰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결국 일에 지장이 생긴다. 굿나잇 회장은 리더라면 이런 직원들의 업무 외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SAS가 직원들의 가족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직원들은 당연히 거기에 신경을 쓰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리더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굿나잇 회장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원들 개개인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일 이외의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을 때 창의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 사무실 또한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조명, 소음, 온도 등 사람마다 집중도가 높아지는 환경은 각기 다르다.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SAS는 연매출이 3조 원대로, 1976년 창업 이래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연평균 8.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전 세계 135개국 6만여 곳의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에서 SAS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의 상위 100위권 내 기업 중 90% 이상이 SAS의 고객이다. 짐 굿나잇 회장은 SA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실천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젖소가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

SAS의 놀라운 복지 제도에 대해 많은 이들은 그것이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회사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많은 CEO들은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직원들의 복지와 행복에 대한 논의는 미루고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굿나잇 회장은 탄력 근무제와 이윤 공유제 등의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직원이 4명뿐이던 창업 초기부터 실시했으며, 4년 후에 사내 보육시설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 시행되는 복지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회사를 세운 지 8년이 지났을 때 완성됐다. SAS가 실천하고 있는 복지 제도는 매출이 그리 크지 않은 중소 규모의 기업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만 좇는 회사 입장에서는 복지 혜택이 지금 당장 손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희생으로 얻은 이익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이 굿나잇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성장은 직원들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그 힘은 회사가 직원들을 제대로 대접해줄 때 나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SAS에서는 비정규직이 없다. 레크레이션 강사부터 미용사, 정원사,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미술가 등 회사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정직원이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원들은 비정규직일 때보다 업무에 만족하고 애사심도 높아진다. 이는 이직률을 감소시키고 그러다 보면 근속자들의 노하우와 기술이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SAS에서 예순 살을 훌쩍 넘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한물간 사람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굿나잇 회장은 오래된 직원들의 지혜를 높이 평가한다. SAS에서 이들은 꼭 필요한 인재들이다.

 

SAS의 이직률은 평균 4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IT업계의 연간 평균 이직률이 15~20퍼센트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는 헤드헌터나 신입직원 교육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뜻이고, 곧 매년 1억 달러 정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오래 머무는 이유가 복지 혜택 때문만일까? SAS의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회사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혜택을 받을 때 자신들이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굿나잇 회장이 복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이유는 회사가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위기에서도 원칙을 지키다

SAS에 가장 큰 위기가 닥친 것은 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대규모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소비를 중단했고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결국 대부분의 회사들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업계는 SAS도 다른 기업들처럼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없이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SAS는 그해에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매출이 2.5%, 2010년에는 5.5% 증가했다.

 

해고는 없다는 정책 때문에 회사의 수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동안 회사가 직원들을 인정하고 대접해 준 데 대한 직원들의 응답이었다. 그 결과 SAS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과도 같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만약 SAS가 다른 기업들처럼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감행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직원을 대접할 때 느껴지는 리더의 진심이다. 즉 회사가 돈을 벌겠다거나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목적 때문에 직원을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직원들은 이렇게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처럼 직원들을 대우하라. 그러면 그들은 실제로 큰일을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