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비전이란 무엇인가?
비전은 왠지 잘은 모르겠지만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것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비전은 의외로 간단하면서 일반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유년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농가 마당에 비스듬히 서 있는 쟁기며 스랑 같은 온갖 농기구들과 나무, 숲, 벌레들 속에서 훗날 무궁무진한 발명을 쏟아내는 비전을 발견했다.
피렌체 시립고아원(Ospedale degli Innocenti)과 피렌체 대성당의 거대한 돔 등을 설계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질서와 조화의 원리에 의해 구성되는 건축’이라는 단순한 이념을 통해 중세의 한계를 극복한, 분명하고 강력한 질서를 지닌 새 시대의 도시를 창조해 내었다.
이처럼 비전은 거창한 특색이 없거나 간단해도 된다. 왜냐하면 경영혁신 과정에서 비전이라는 것은 전략, 기획, 예산 등과 같이 대형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큰 시스템의 한 요소라도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비전이 없는 전략 수립 과정은 끝없는 논쟁의 연속이 될 테고, 예산수립 작업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작년 실적치를 이리저리 상향조정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게 된다. 더욱이 좋은 비전이 없으면 아무리 현명하게 짠 전략이나 계획일지라도 부수적인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다.
효과적인 비전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미래에 그 조직이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어떤 모양이 되어 있을지에 대하여 설명해준다.
둘째, 이해관계 당사자들 즉, 고객과 주주, 직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준다. 반대로, 잘못된 비전은 당연히 기대 이익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현실적이어야 한다. 비전은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실현이 불가능한 환상이 아니다. 잘못된 비전은 허무맹랑한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넷째, 훌륭한 비전이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할 정도로 명료하되, 동시에 각자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비전은 공유하고 전달하기가 쉬워야 한다.
다음은 비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나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1) 비전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고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2) 비전이 주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3) 이 비전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고객, 직원, 주주 누구에게나 똑같은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단지 이해 당사자 간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려는 비전은 혁신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쟁적인 고객, 금융, 노동시장에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각 개인 모두가 최상으로 대우받길 원한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원가가 제일 낮은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일류급의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이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라
큰소리로 약속만 했지 경영혁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이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비전도 있다. ‘우리는 현재 별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회사이지만 곧 고객들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회사가 될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어떻게?
실현 가능한 비전은 허황된 꿈과는 다르며 그 이상의 것이다. 미래를 적절하게 그린 그림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자원과 장점을 그 능력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도 포함하여야 한다. 만약 경영혁신 목표가 너무 높아 성취가 불가능해 보이면, 신뢰도가 떨어져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우지 못한다. 어느 정도의 목표가 사정권 내에 드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 내의 전달 기능에 달려 있다. 위대한 리더는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야심찬 목표도 가능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비결을 갖고 있다.
구체성, 융통성 그리고 전달의 용이성을 지닌 비전
훌륭한 비전이란 그저 막연한 그림이 아닌 매우 구체적인 그림이다. 특히 어떤 일이 중요하고 어떤 일이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직원들에게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 아주 모호해서 사람들이 이를 잘 인용하지 않는다면, 그 방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좋은 회사’라는 표현은 좋은 비전이 될 수 없다.
물론,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을 분명하게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비전은 개개인이 독자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또 경영환경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끝이 열려 있는 비전이다. 길게 그리고 세세한 것까지 언급하는 비전은 급속하게 변하는 세계에서 곧 쓸모없게 돼버린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정해야만 하는 비전은 신뢰성을 상실하게 된다.
극도로 모호하거나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자세한 두 비전의 양극 사이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 경영혁신을 선도해나가는 경영자라면, 이 공간의 어디쯤을 목표로 잡아야 할지 그 기준으로 전달의 용이성을 본다. 비록 누구나 다 희망하고, 구체적으로도 기술되어 있으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비전이라도, 그 내용이 너무 복잡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가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비전은 어떻게 만드는가?
좋은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명석한 두뇌와 풍부한 감성의 합작품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비전의 초안은 대개 한 사람이 만들어낸다. 그는 그럴듯하게 보이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찾기 위해 우선 자기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한 사람이 모은 아이디어들을 충분히 토의하고,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고 필요한 것은 첨가하며 문장들을 다듬다 보면 본래 아이디어는 십중팔구 수정되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틀에 박힌 공식적 절차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비전을 만드는 작업은 항상 혼란스러워 보이고 힘도 들며, 또 어떤 때는 감정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비전은 아예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비전을 따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스스로 헌신적이지 않으면서 입발림만 하는 것은 환상만 일으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사람들은 튼튼한 건물 위에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기초가 붕괴하고 그들이 이루어놓은 것 모두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비전을 만드는 과정이 서둘러 중단되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경영혁신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 것이다. 비전 만들기와 전략 수립 단계에서는 그것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비전은 기업이 현재보다 더 좋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투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