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말하는 진정한 차별화란?
차별화는 말 그대로 ‘남과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겉만 다르게 바꾼다고 차별화 전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다른 것이 자신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다르다는 것은 약간 다른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다름’을 뜻한다. 조금 다른 것은 쉽게 모방할 수 있다. 그래서 섣부른 차별화는 금세 힘을 잃는 것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가 뭔가 주목하고 기억하게 하려면 남다른 개성이 부여되어야만 한다.
이렇듯 다름은 차별화의 시작점이자 전제조건이지만 이 다름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바로 다름을 소비자가 좋고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시키고 설득하는 장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품질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좋다고 느껴야 성과가 난다. 객관적인 사양이나 기능의 우수성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차별적 가치를 느끼게 하려면 혁신적이거나 독특하거나 감성적 의미가 있거나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마음을 점유했거나 다른 기업이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제시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마음에 드는 제품, 좋은 제품, 의미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다.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가방을 만드는 기술은 독점적 기술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못하는 짝퉁 명품을 만드는 업자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왜 가방을 만드는 수많은 기업은 샤넬과 에르메스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샤넬이나 에르메스에는 그들만의 카테고리에서의 지배력, 스토리를 갖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차별화해야 하는가
오늘날 기업 대부분이 원가절감, 효율개선 등과 같은 운영 측면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을 강조하는 전략은 더는 경쟁우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다. 전략경영도 이제 어느 기업이나 수행하는 일상적 프로세스가 되어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는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전략과 동의어로 인식될 정도로 기업경영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극심한 경쟁 때문에 전략이나 마케팅 방법을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독특한 콘셉트로 수행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1970~80년대 일본 기업들은 간판 시스템, 전사적 품질관리 등의 효율성을 무기로 미국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전후,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효율성 추구에 박차를 가하자 일본 기업들의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더 나아가 1990년대부터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무기인 차별화 전략을 통해 일본 기업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차별화 전략이 경영전략과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략 콘셉트가 되고 있다.
차별화는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오늘날 고객들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수많은 제품 속에서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약 1,500가지의 브랜드를 접한다고 한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대부분 제품이 비슷비슷한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주목할 만한 제품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결국 왜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나머지 품목들은 아예 고객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만다. 고객이 여러 제품 중에서 자사의 제품에 관심을 두고 궁극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과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차별화이다.
차별화 전략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고객들은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고 전략활동을 실천하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할 때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 요소를 실제로 경험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기업의 활동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로 인지하고 이미지로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자와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쟁비용이 줄어들고 가격 프리미엄을 누릴 수도 있다. 가격 프리미엄은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차별화 성공확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능력
차별화는 위험하다. 성공 확률도 낮다. 그래서 차별화에 따르는 위험을 제거할 방법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이 점을 살펴보자.
1) 강력한 마케팅 능력과 브랜드 파워
차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강력한 마케팅 능력이다. 마케팅 능력은 고객 니즈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가와 고객을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느냐와 관련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마케팅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은 중요하다.
또한 브랜드 파워가 강해야 차별화가 잘 이뤄질 수 있다. 차별화는 끊임없는 혁신 위에서 성립되는데,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높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너무 앞서 가다 보면 고객들이 차별화된 혁신적 제품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브랜드 파워가 힘을 발휘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는 소비자가 제품의 혁신과 차별화에 대한 수용을 더욱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고유의 전문성으로 브랜드 신뢰성을 확보한 기업들은 얼마든지 있다. 만약 작은 기업이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성과 신뢰를 먼저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획득하고 고객 인지에 자사의 브랜드와 상품이 자리 잡는 것이다.
2) 생산의 효율성
차별화에는 비용이 따르기 마련인데, 생산이 비효율적이면 차별화를 위한 여지가 많이 줄어든다.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제품이 월등히 차별화되어 있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고객들 처지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가격 중심의 차별화를 잘못 사용하면 품질이 낮은 제품으로 각인되기 쉽다. 게다가 가격 경쟁에 한 번 휘말리다 보면 수익성까지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격보다는 품질에 원가 절감에서 생긴 여력을 투입한 것이다. 이렇듯 생산의 효율성과 기술력은 차별화의 토대가 된다.
3) 강력한 유통 파워
제품이 좋더라도 판로가 부족하면 시장에서 성공할 방법은 요원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품 론칭 시 유통망 확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유통에 대한 지배력이 없는 경우,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와 지속적인 관계 구축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유통망은 구축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되고 제품마다 유통망의 특성이 다 다르므로 쉽게 구축할 수 없다. 따라서 유통망은 그 자체가 차별적 요소가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를 뽑으라면 아마 P&G일 것이다. 아이보리 비누, 오럴-B 칫솔, 질레트 면도기, 페브리즈, 프링글스, 팬틴 샴푸, 위스퍼, 화장품 SKⅡ가 모두 P&G의 제품이다. 마케팅 능력은 물론, 신제품 개발에도 탁월하지만 P&G의 저력은 유통에 있다.
보통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는 거래 가격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며 갈등이 많은데 이 회사는 유통망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거래량이 많고 관계가 돈독한 도·소매점에 대해서 고객 전속팀을 꾸려 매장 인테리어부터 물류까지 지원한다. 고객사의 물류효율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P&G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유통업체의 선호도를 얻어내어 새로운 차별화의 축을 만들었다.
차별화를 통해 자사의 경쟁력을 제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