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으로 볼 때, 15세기 초 세종시대 과학 및 IT기술 분야는 유럽ㆍ이슬람 및 중국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 당시 일본의 기술과 비교해 보아도 적어도 200년이나 앞선 것이다. 특히 달력 계산을 위한 수학과 물리학 분야는 고도로 발전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종시대 이러한 과학기술이 자체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것의 일부는 고려 시대부터 원나라를 통해 꾸준히 들어 온 이슬람 기술이었다. 이것이 조선 과학기술의 원형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앞서 얘기했듯, 오랜 시간 그리스 로마의 전통이 응축된 핵심(core)기술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들은 어떻게 해서 신생 조선에 들어 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세종의 부단한 벤치마킹과 아웃소싱 덕분이었다. 그리하여 이슬람 과학 기술들은 세종의 지휘 아래 원산지에서 보다 더 활발하게 우리 기술로 활짝 꽃 피울 수 있었다. 세종은 이를 위해 각별하게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는 리서치ㆍ통계자료들을 통해 국가 경영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고자 했다. 세종시대를 빛낸 주요한 발명품들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세종은 리서치 황제였다!
대표적인 예로 측우기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와 실험 정신을 통해 만들어진 개발품이었다.『세종실록』은 측우기 개발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는 강수량의 측정방법ㆍ결과에 대한 보고 및 기록 보존방법ㆍ제도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세종의 이러한 ‘데이터’ 경영은 천문학 분야의 R&D활동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실제 세종은 천문 연구, 출판 및 관측시설을 설치해 활발하게 천문 관측 활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관측 결과를 프로젝트 관리 차원에서 자세하게 데이터로 남기게 했다.
이러한 연구ㆍ관측은 철저해서 만일 국내에서 관측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이 있다면, 천문 관측 요원들은 잽싸게 더블백을 싸서 해외에 파견 나가 조사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바로 이런 점이 세종을 리서치의 황제로 인식하겠금 만드는 요소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그 시대의 상세한 일식 관련 자료들은 바로 세종의 이러한 노력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세종의 이러한 활동은 과학기술 및 IT 분야뿐만 아니라, 실로 다방면에 걸쳐 나타났다. 그리하여 그는「용비어천가」를 편찬할 때에도 “태조가 왜구를 소탕한 공적을 알고 있는 노인들에게 알아보아 자세한 것을 보고케 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를 논픽션 형태로 기술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약 5년여에 걸친 조사 작업이 이루어 진 다음에야, 당대의 최고 석학들이 참여해 완성했던 것이다. 이것은 세종이 얼마나『용비어천가』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종은 그래픽을 좋아한다?
사실, 세종은 시대적 감각을 뛰어넘는 CEO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데이터와 자료들을 표현함에 있어 시각적 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해 그는 그래픽을 선호했다. 지금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최대한 살리고자 세종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CEO 입문서라 할 수 있는『명황계감』을 본 후, 그래픽을 집어넣고 시와 논평을 붙여 새롭게 편집해 출판하도록 지시한다. 이 책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비귀와의 사랑 때문에 추락했던 당나라 현종의 사생활을 고발해 후대 CEO들에게 충고하려는 목적에서 쓰여진 책이다. - 이 책에는 현종이 수레에 걸터 않아 밤새도록 술 마시는 방탕한 장면이 그대로 고발되어 있는데, 지금으로 얘기하자면 CEO가 유명 연예인과 놀아나다가 사진이 몰카에 찍혀 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게 된 것과 같았다. 그 만큼 이 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구사 되었다. - 세종은 이렇듯 그래픽이 효과 만점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그는『삼강행실도』등에도 그래픽을 최대한 사용하게 했다.
세종의 새로운 편집 방법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 당시 온갖 농기구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세종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출판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점들이 그가 시대의 트랜드ㆍ분위기ㆍ정서ㆍ스타일 등을 이끌어 나간 문화의 전도사ㆍ창조자라고 말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부단한 벤치마킹과 아웃소싱을 통해, 새로운 문물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라. 환골탈태는 바로 이럴 때 나온다. 그것이 국가든 기업이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하게 만든다.
* ‘감각’만이 아닌 구체적인 리서치ㆍ통계자료를 통해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어 이를 반영하게 하라. 이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데 반드시 초석이 된다.
* 연구 결과는 반드시 프로젝트 관리 차원에서 상세하게 데이터로 남게 하라. 그것이 나중에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 데이터와 자료들은 적당한 표현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더구나 지금은 그래픽, 영상의 시대이다. 이것이 현시대 ‘인터페이스(interface)’의 특징이다.
* 시대의 흐름을 리드하는 앞선 사고는 다방면에 걸쳐 그 시대의 트랜드ㆍ분위기ㆍ정서ㆍ스타일 등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새로운 문화를 전도하고 창조해 낸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