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기업에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존재한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소통의 리더십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이 같은 점을 몇 가지로 압축해서 전달해 주고 있다. 주요 사항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커뮤니케이션은 비공식적이어야 한다
3M에서는 항상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는데, 그 중에서 미리 계획된 것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여러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여 문제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마치 대학교의 캠퍼스처럼 꾸며진 본사는 양복 윗도리를 벗어 던질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그리고 미국 중서부 특유의 현실주의적 기술자 집단, 계속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게 만드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구조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맥도날드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형식을 타파하고 일체가 되어 행동함으로써 기업 전체에 하나의 색채를 부여하고 있다. DEC의 대표이사 케네스 올센(Kenneth Harry Olsen)은 회사 내의 다양한 계층에 속해 있는 기술자 2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는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멤버를 고정시키지 않고 위원회를 해산한 뒤 다시 편성하곤 한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긴밀해야 한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업종의 기업 가운데서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엑슨모빌(Exxon Mobil Corporation)과 시티은행(Citibank)이다. 이 두 회사가 일하는 방식과 다른 경쟁사들의 방식에는 놀라운 차이가 있다. 엑슨모빌과 시티은행의 간부들이 무슨 발표를 하면 늘 여기저기서 큰소리가 난다. 구성원 전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을 하며, 이는 상대가 회장이든 사장이든 이사회 임원이든 간에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간부들은 정식으로 의제가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20년이나 같이 일한 동료들의 미팅에도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대의 발표에 형식적인 코멘트 외에는 아무 참견도 하려 들지 않는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같은 층에서 일하면서 서면으로만 대화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캐터필러(Caterpillar, Inc.)의 최고위층 10명이 매일 모이는 ‘의제와 의사록이 없는(no agenda no minutes)’ 미팅, 플루어(Fluor Corporation)와 델타항공(Delta Air Lines, Inc.)의 최고위층이 매일 모이는 ‘커피 간담회’, 맥도날드의 고위 그룹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모이는 수시 미팅 등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충분해야 한다
IBM에 다니던 한 직원이 전직을 하여 다른 첨단기술 조직에서 중요한 연구 활동을 하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그는 한 임원의 사무실로 찾아가 문을 닫은 후 말했다. “문제가 좀 있습니다.” 임원은 안색이 변했다. 그가 이전에 자신의 계획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말했다. “이 회사에는 왜 칠판이 보이지 않죠? 칠판이 없으면 사원들이 서로 대화하거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없지 않습니까?” 임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IBM에서 이러한 제도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토머스 왓슨 1세(Thomas J. Watson, Sr.)였다. 그는 도처에 늘 흰 종이를 비치해두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장치를 통해 긴밀하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또한 일상적인 혁신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MIT의 토머스 알렌(Thomas Allen)은 물리적인 인원 배치와 커뮤니케이션 간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각종 조사와 실험에서 그가 이끌어 낸 결론은 놀라운 것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이 10미터 이상 떨어져 앉았을 때 그들이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확률은 불과 8% 내지 9%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5미터인 경우에는 25% 정도로 증가한다. 초우량 기업들 중 상당수는 주요한 기능의 대부분을 중소도시의 한 군데로 집중시키고 있다.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 위치해 있지 않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넷째, 제도화된 강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혁신을 확산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혁신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예가 IBM의 ‘펠로우(Fellow)’ 제도다. 이는 토머스 왓슨 1세의 ‘야생 오리’를 키우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생 오리란 ‘재야의 자유인’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약 45명으로 구성된 펠로우들은 <뉴스위크>에 낸 광고에서 스스로를 ‘몽상가, 이단자, 쇠파리, 독립적인 지식인, 천재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기술자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펠로우로 선발된 사람에게는 5년 동안 실질적으로 완전한 자유와 권한이 부여된다. 그들의 역할은 단순하다. 회사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IBM을 뒤흔들고 있다. 피터스는 뉴욕행 심야 비행기에서 한 펠로우를 만났던 인상 깊은 경험을 말한다. 그 펠로우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몇몇 회사에서 수백만 달러어치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오직 카탈로그만 보고 구입했다고 했다. “IBM도 6개 연구소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다른 회사의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을 구입해야 하고 무엇을 손수 만들 수 있는지 거의 확인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것들을 구매해서 뜯어도 보고 실험도 해보는 것입니다.” 피터스는 이 펠로우가 관여하던 몇 가지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한 후, 광적인 한 명의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IBM이 당시 이룩한 큰 혁신 가운데에서 이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가 6건이나 되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펠로우는 산호세 연구소와 아몬크 본사에 이르기까지 1백 명 이상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 그 1백 명은 그의 직속 부하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얼마든지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가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은 컴퓨터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소립자 물리학이었다. 또한 그의 취미는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IBM은 모든 직원이 흰 와이셔츠를 입어야만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보수적인 회사다. 그러나 펠로우들은 가죽 상의를 입고 히피와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으며 부업으로 2개의 양조장을 운영한다. 회사에 대한 공헌도와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이 같은 자유가 허용되었을 리 없다.
그 밖에도 TI의 개인 공헌 프로그램, 3M의 벤처사업 부서, GE(General Electric Company)의 ‘장난감 가게’ 등과 같이 비슷한 강화 장치들을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 및 결과를 예증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조직 내 크게 부각되는 것은 우리가 사람과 더불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을 돌지 않을 때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듯 원활할한 대화가 흐르지 않을 때 조직은 순환되지 않는다. 톰 피터스가 말하는 이 원칙들은 조직 문화에 적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