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십 년간 많은 조직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거창한 비전 기술문, 가치 기술문, 사명문 등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 됐었다. 그런 건 다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전조직’의 본질은 아니다. 어떤 회사가 비전 기술문이나 그와 유사한 것을 보유했다고 해서 그 회사를 비전조직으로 볼 수는 없다.

비전조직의 진정한 본질은 핵심 이념과 발전을 향한 충동을 그 조직의 구조나 행위에 적합하게 전환시키는 데 있다. 조직, 전략을 핵심가치에 맞도록 배치하는 그 과정을 짐 콜린스는 ‘얼라인먼트(Alignment)’라고 표현한다.
비전조직은 구성원들에게 그 조직의 목표, 전략, 전술, 프로세스, 조직 문화, 경영 스타일, 사무실 배치, 임금 구조, 회계, 직무 설계 등에 부합하는 신호를 일관적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를 받게 된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의 이념이나 목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체 환경이 조성된다.
조직의 비전을 명문화하고 높은 이상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절차만으로는 비전조직이 완성될 수 없다. 성공을 위한 최후의 단계, 즉 성공의 완성이란 없다. 오직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비전조직이 되기 위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어떤 얼라인먼트를 추구해야 할까? 여기 콜린스가 제시한 그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한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라
비전조직은 남들이 감탄할 정도로 꾸준한 포괄성과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끊임없이 핵심 이념을 강화하고 발전을 자극하는 압도적인 신호와 행동이 비전조직을 만들어 간다. 뛰어난 비전으로 성공을 거둔 조직에 관한 몇몇 사례들을 보는 것만으로는 비전조직의 위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수백 개의 그런 사례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종합하면 일관성 있는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비전조직은 마치 위대한 예술 작품과 같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나 다비드상 조각을 생각해 보라.《허클베리 핀》이나《죄와 벌》같은 위대한 불후의 명작을 생각해 보라.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나 셰익스피어의《헨리 5세》를 생각해 보라. 어떤 한 부분만을 지적하여 그것이 작품 전체를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큰 부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구절의 변화, 적시에 이루어지는 템포의 변화,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창문의 위치, 조각품의 섬세한 표정과 같이 아주 작은 부분들도 매우 중요하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했듯이,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 이 모든 부분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총체적 조합을 통해 불후의 명작이 탄생된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
모든 사람들이 ‘전체 그림’을 가지고 그 속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개 조직과 업무의 아주 작은 세부 사항들을 다룬다. 전체적 시각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큰 감동과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들은 작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다국적 유통업체인 노드스트롬(Nordstrom, Inc.)은 영업사원들에게 부여되는 명함 속 글귀를 통해 ‘우리는 당신이 영업의 프로가 되기를 원한다.’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월마트(Wal-Mart Stores, Inc.)는 부서별 영업 보고서를 하급 직원들에게 작성하게 함으로써 ‘당신은 우리 회사의 동업자이며, 당신 사업을 하듯이 당신의 부서에 헌신해 주기를 바란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모토로라(Motorola Inc.)도 품질 향상 보고를 항상 안건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모토로라는 재무 보고보다 품질 향상 보고를 먼저 들음으로써 직원들에게 ‘영업 이익이 아니라 품질 향상이 우리 회사가 살 길이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사회적 인식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크든 작든 그들의 작업 환경에서 오는 모든 신호를 그들의 행동 지침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들은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보다 창고의 자물쇠 체인이 잘린 것 같은 사소한 사건을 더 잘 기억한다. 사람들은 비전을 믿으려고 하지만, ‘저것 봐. 경영진은 그냥 말만 하고 있군. 저들은 자신들이 말한 걸 정말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작은 불일치에 대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계성과 일관성이 있게 실시하라
비전조직은 메커니즘이나 프로세스를 계획 없이 그냥 도입하지 않는다. 비전조직들은 각 부분들이 상호 보완하고 함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연계성을 따져가며 새로운 프로세스를 시행한다.
포드(Ford Motor Company)의 경우를 보자. 통계적 품질 관리는 사원 참여 프로그램에 의해 보강되고, 사원 참여 프로그램은 참여 경영 교육 프로그램에 의해 강화되며, 또 참여 경영 프로그램은 참여 경영 기술에 따른 승진 기준에 의해 뒷받침된다. 의약품 제조업체인 메르크(Merck & Co., Inc.)는 어떤가. 조직 내 연구원들에게 연구 논문의 외부 발표를 장려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모집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다시 외부 과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허용함으로써 더욱 강화되며, 이 공동 연구는 ‘메르크 캠퍼스’에 의해 뒷받침되고, 그것 또한 이원 경력 관리를 추구함으로써 강화된다.
이런 비전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마치 몇 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놓은 것과 같아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바닥에서, 천장에서, 전후좌우에서 스테레오로 계속 전해지는 것이다.
유행이 아니라 이념에 부합한 전략을 만들어라
비전조직은 외부 세계의 기준, 관행, 관습, 일시적 유행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 나침반에 따라서 조직을 이끌어 간다. 물론 이것이 현실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조직의 내부에서 규정된 이념과 야망이 현실의 모든 활동 가운데 지침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아무리 특수한 상황 가운데서도 회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방법과 전략으로 경쟁조직, 언론, 경영학 교수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
한 예로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1970년대에 뉴저지 주의 황량한 도시 뉴 브런즈윅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반적인 경영 이론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것이 J&J의 신조에 가장 맞았기 때문이다. 보잉(The Boeing Company)은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항공기 설계 안전 기준을 고수했는데, 이것도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보잉의 기업 이념에 따른 것이었다. 3M(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의 경우, 소규모 성장 업체는 한 가지 사업 분야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전통적 논리를 배격했다. 그런 논리는 3M 사람들이 만들고자 하는 유형의 창조적 회사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전조직은 좋은 관행을 추구하고 다른 조직은 나쁜 관행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다. 좋음과 나쁨의 기준은 조직마다 다를 수 있다. J&J에게 좋은 곳이 메르크나 3M에게는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 좋은 관행인가?’가 아니라 ‘이것이 우리의 이념과 야망에 적합한 관행인가?’이다.
잘못된 얼라인먼트를 바꾸고 없애라
얼라인먼트는 단지 새로운 것을 더해 가는 과정만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을 핵심 이념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거나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얼라인먼트를 파악하여 집요하게 수정해 가는 과정 또한 포함한다. 조직의 구조가 발전을 저해한다면 조직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핵심 가치와 불일치하는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면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꿔라. 비전조직에서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것은 핵심 이념뿐이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바꾸거나 없앨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혁신은 이루어지는 것이며 한 단계 도약한다.ⓒ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